마치 빚을 갚는 것처럼 먼지 쌓인 책장을 열었다. 늘 그랬듯이 잠시 펼쳐보고 가물가물한 책의 내용을 다시 되짚어보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예전에 내가 책을 많이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요즘은 알 수 있는 것들이 많고 또, 접할 방법도 다양하고 빨라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접하는 어떤 지식이나 정보도 나의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누군가는 소신에 차서, 그 누군가는 지적이고 냉철하게, 그 누군가는 인생의 기지를 가지고 스스로를 표현하였는데, 나에게는 그런것이 있었나?
때로 내가 말하고 생각하는 토대가 지난 독서가 바탕이 되고있음을 느낄 때마다 무언가 정체되어 있다고 느낀다. 사람들이 취미를 물으면 반사적으로 독서를 말하지만, 그럴때마다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기분이 들면서도 ‘참 좋은 친구였는데…’라는 회한이 드는 것은 왜일까? 독서를 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시금 나의 세상을 더 넓히는 과정을 겪는다. 사고는 더 넓어지고 생각은 더 다양해진다. 아마도 독서가 거인의 도움을 받는 일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통사람이면 누구나 “해야하는데…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나만의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었지만 늘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는 나에게 독서가 독서로만 끝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의 말을 듣고 인생을 확장하는 공부는 기술이 더 발전하면 더 좋고 빠른 방법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선은 나를 위해서 글을 써본다.
“독서일기”라고 표현을 했지만 따로 양식을 정해놓지는 않았다. 아주 개인적인 독후감 형식이 될 수도 있고, 엄밀하게 공부하고 연구한 자료모음처럼 쓸 수도 있는데, 나는 책의 성격과 가치에 따라 양식을 고민해볼 생각이다.